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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라는 의문을 가득 품은 지인들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바이오 P를 지른 지 벌써 한 달이 다가온다. 출근할 때마다 늘 가방 속에 챙기는 것 1순위가 된 것은 당연지사. 물론 이유는 따로 있다. 본전 생각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서다. 비싸게 주고 산 물건이 쓸모 없는 식으로 비쳐지는 게 솔직히 달갑지는 않다. 하지만 드문드문 본전 생각나게 할 때가 적지 않다.

살짝 찔리는 제목이지만, 아무렴 어떠랴. 모양과 크기, 그 쓰임새 만큼은 지금까지 써온 소형 노트북과 비교할 수 없는 만족감을 주는 한편으로 그 빈약한 성능을 인내하는 데 슬슬 한계를 느낀다. 바이오 P에서 성능을 논하는 것 자체가 싱거운 것일지 모르지만, 가격에 비해 너무 떨어지는 성능에다 무거운 운영체제와 프로그램으로 얹은 터라 그 단점이 더 크게 다가온다.

 색깔, 키보드, 크기

강렬한 와인 색 모델(VGN_P15L/R) 대신 너무 짙어 국방색에 가깝게 보이는 VGN-P15L/G을 선택한 것은 아무도 고르지 않을 것 같아서 였지만, 의외로 이 결정은 옳은 듯 보인다. 반짝거리면서 반들거리는 여러 층의 코팅 덕분에 색이 돋보일 뿐만 아니라 차분하면서 눈의 피로를 줄여준다. 다만 바깥쪽 코팅 면에 필름을 입히지 않고 들고다니다 까칠한 무언가와 스침이 있었는지 아주 작은 생채기가 난 상태라 마음이 편치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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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의 은색 키보드는 수십 번 칭찬해도 모자른다. 본체 자체가 너무 작지만 키 입력 편의성을 보장했다는 점 때문이다. 키와 키 사이를 멀찌감치 떨어뜨린 아이솔레이티드 키보드를 구현했기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입력해보면 키의 간섭이 적고 빠르게 입력된다. 이는  일반 크기에 가까운 키보드를 쓴 넷북과 견줘도 모자람이 없다. 들어가는 키의 깊이가 낮다보니 키를 두드리는 느낌이 약하다. 마우스, 터치 패드를 대신 해 키보드 가운데에 박은 포인트 스틱과 그 아래 버튼은 키 조작을 해치지 않게 잘 조화를 이뤘다.

참고로 크기 이야기가 나와 하는 말이지만, 좁은 공간에서 쓰기는 이것만한게 없다. 청바지 뒷주머니에 들어가는 실험은 바이오 P를 산 누구나 해봤을 실험이다. 사실 주머니에 들어가는 것 자체는 신기한데 위로 툭 튀어 나온 부분을 보면 그 모양새가 웃기긴 하다. 이러한 실험을 반복하다보면 바이오 P가 우스꽝스럽고 장난감 같지만 비행기나 KTX의 좁은 테이블에 올려 놓고 작업해보면 바이오 P의 크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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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상도, 소프트웨어, 성능

바이오 P의 해상도는 무려 1,600x768. 화면 크기는 고작 20.32cm(8인치)다. 너무 작은 화면에 비해 해상도는 너무 높다. 좁쌀만한 글자를 읽으려면 눈에 힘좀 줘야 한다. 초점 흐려진 눈으로는  글을 읽기 어렵다. 화면은 작지만 가로로 긴 화면비를 가진터라 여러 창을 함께 볼 수 있는 점은 좋다. 다만 여러 창을 띄울 만큼 성능이 받쳐주지 못하는 게 문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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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는 바이오 P에 비스타를 얹어 놓았다. 1.6GHz의 아톰 Z530을 과대평가한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드는 운영체제의 선택이다. 2GB의 램은 모자라지 않더라도 CPU와 내장 칩셋은 비스타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 힘에 부치는 느낌이 역력하다. 분명 윈도 체험 지수는 결코 낮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에어로를 켜면 친절하게도 얼마 못가 작동을 거부하는 안내문을 보여준다.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실행하고 기다리는 것은 거의 자살 행위에 가깝다. 여기에 저장 장치로 쓴 SSD의 성능도 기대치를 밑돈다.(http://xenix.egloos.com/1872846)

그래도 세팅만 잘하면 720P 이상 고화질 영상은 무난하게 볼 수 있다. H.264 하드웨어 가속을 하는 내장 그래픽 칩셋이라 천만다행이랄까? 그것을 빼면 전반적으로 무거운 소프트웨어의 활용은 쉽지 않다. 다른 바이오 노트북에서는 매우 유용했던 미디어 플러스 같은 여러 번들 프로그램도 바이오 P에서는 쓸 엄두가 안난다. 소프트웨어의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시스템에 맞는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를 심는 것은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은 아닌가 싶다.

 인스턴트 온, 노이즈 캔슬링

바이오 P를 끈 상태에서 미디어 플러스 버튼을 누르면 비스타 대신 인스턴트 온 모드를 띄운다. 10초 이내에 뜬다. 중요한 것은 부팅 속도만 마음에 든다는 점이다. 인스턴트 온 모드에서는 비스타를 띄우지 않고 음악이나 영화, 웹서핑과 인터넷 메신저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드를 쓰게 만드는 흥미로운 요소가 거의 없다. 음악이나 영화, 사진 재생 기능도 기본에 가깝고, 글꼴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음악을 들으면서 인터넷 탐색을 동시에 할 수도 없다. 멀티태스킹은 확실하게 제한되어 있다. 리눅스 기반 위에서 돌아가지만, 깔린 애플리케이션이란 게 파이어폭스와 피진(pidgin), 스카이프가 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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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바이오 P의 가장 쓸모있는 기능 중 하나인 노이즈 캔슬링이 인스턴트 온 모드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노이즈 캔슬링은 비스타를 띄워야만 작동한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꽂은 뒤 바이오 P를 켜 윈도를 시작하는 순간 사무실 사소한 잡음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음악을 들으면 확실하게 거의 모든 외부의 소리를 차단할 수 있을 정도다. 볼륨은 많이 올리지 않아도 된다. 그 점 하나는 확실해서 좋다. 노이즈 캔슬링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도 그 진가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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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가 저장소, 어댑터, 발열

64GB SSD가 들어 있지만, 실제로 쓸 수 있는 공간은 의외로 얼마 안 된다. 30GB 정도의 여유가 있을 뿐이다. 영화나 음악 좀 넣어보면 그다지 많은 여유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저장 공간을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은 메모리 카드를 쓰는 것이다. SD 카드와 메모리 스틱, 두 개의 카드리더를 쓰면 부족한 저장 공간을 조금은 보충할 수 있지만, 역시 드는 돈이 만만치 않다.

배터리는 길어야 1시간 30분. 짧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댑터를 들고 다닐만하다는 것이다. 콘센트를 찾아다녀야 하는 게 모양새가 좀 빠지긴 해도 어댑터는 작게 잘 만들었다. 어댑터와 변신 합체하는 VGA/랜 어댑터도 의외로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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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 없으니 소음은 없다. 팬이 있었으면 지금 같은 크기로 만들지는 못했을 터. 하지만 팬으로 내보내야 할 열이 그대로 본체를 타고 확산되므로 오래 켜두면 뜨거워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특히 아래쪽이 뜨겁다. 짧았던 늦겨울. 온열기로 잘 썼다.

 비싸지만 버릴 수도 없는.

내가 줄 수 있는 최대치는 2.5점. 이것도 어쩌면 후하다. 성능, 낙제점이다. 가격대비 효용성을 봐도 역시 좋은 소리는 하기 어렵다. 비싼 건 사실이니까.

모바일 인터넷이나 문서 작업, 고화질 영상 재생, 음악 듣기라는 주된 활용과 가격을 비교해 보면 터무니 없는 제품일 수 있다. 그럼에도 바이오 P를 버리지 못하는 가치는 있다. 한손에 들어오는, 600g에 불과한 가벼운 모바일 PC 이상의 프리미엄.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의외로 쓸만한 구석도 있고, 무엇보다 '뽀대' 하나는 확실하다. 허나 그것을 느끼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바이오 P를 쓰는 동지를 만나는 것은 그래서 쉬운 일은 아닐 듯 싶다.

덧붙임 #

1. 바이오 P를 XP로 다운그레이드를 할 수는 있다. http://cafe.naver.com/notevaio/174635 에서 필요한 드라이버를 받아 설치하면 된다.

2. 바이오 VGN-P15L/Q,W,R,G 제원 : 인텔 아톰 Z530(1.6GHz), 윈도 비스타 홈 프리미엄 K, 램 2GB, 인텔 GMA 500, 64GB SSD, 20.3cm(8인치) 1,600x768, 802.11n 초안, 블루투스 2.1+EDR, 31만 화소 모션 아이 카메라, AVCHD 재생용 하드웨어 디코더 포함, 무게 594g, 디스플레이/랜 어댑터 기본 포함, 4가지 색상. 값 159만9천 원
+ SD 카드, 메모리 스틱 별도 추가
+ 사은품 : 파우치(본체, 어댑터용 각 1개), USB 메모리(2GB)

3. 바이오 P를 사는 분들은 아래 링크의 글을 읽으시고 한달 동안 먼지 테스트를 반드시 해 문제가 나타나는지 여부를 확인하세요. 잘못하면 비싼 물건 사고 후회할 수도 있거든요.
http://clien.career.co.kr/zboard/view.php?id=use&page=1&sn1=&divpage=2&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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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칫솔(chitsol)입니다. 지난 2006년부터 PC와 업계 안팎의 이야기를 나름의 시각으로 풀어냈던 '초이의 IT 휴게실'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플레이피씨의 블로그 칼럼니스트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플레이피씨라는 PC 전문 블로그 미디어에 맞게 보다 전문적으로 편안한 읽을 거리를 전하는 이야기꾼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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