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계속 놀랄 소식 뿐이군요. 오늘 새벽 HP의 아포테커 CEO가 컨퍼런스 콜을 통해 굵직굵직한 폭탄 발언들을 쏟아냈습니다. 간략히 정리하면 HP의 PC 사업부는 분리 또는 매각, webOS 하드웨어는 더 이상 만들지 않음, 그리고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사실 지난 3월에는PC 사업부 매각설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했지만(HP가 PC부문을 팔면...?), 이번에는 직접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이에 관한 쟁점 몇 가지만 간략히 짚고 가봅니다.

PC 부문을 분사하면?

HP의 PC 부문의 매각 소문은 올해 들어 끊이지 않고 나왔습니다. 이 바닥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 곳이다 보니 그냥 흘려보내기는 힘든 소식이었지요. 어쨌든 당장 매각은 아니어도 분사를 통해 좀더 자유로운 형태의 기업 구조로 만들어 놓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볼 수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PC시장 전망이 좋았다면?

이번 분사를 PC 시장이 쇠태하기 때문에 내놓는다고 보는 이들이 있는데요. 똑부러지게 아니라고 못하지만, 그 말이 100% 맞는 것도 아닙니다. 예전에도 말했듯이 북미 시장의 증가세는 주춤한 반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PC 시장은 여전히 두 자릿수 성장세에 있고 EMEA(유럽, 아프리카, 중앙 아시아) 성장세도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HP PC 실적은 최근 들어 그들의 무대인 북미가 아니라 아시아 쪽에서 상당 부문 차지하고 있던 터라 고민이 될 법했습니다. HP에게는 단순히 PC를 파는 사업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webOS를 샀을 때는?

성 추문을 빌미로 진행된 전 CEO 마크 허드의 축출이 없었으면 오늘의 발표는 없었거나 아마 일부가 수정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HP가 webOS를 인수한 것은 마크 허드가 있던 2010년 5월 중순의 일입니다. 아포테커 CEO 선임은 2010년 9월 30일에 결정되었지요. 전 CEO 마크 허드와 현 CEO 레오 아포테커는 전혀 다른 비즈니스를 수행해온 인물로, 마크 허드가 재무 관리를 통해 기업 운영 능력을 보여준 CEO였다면 SAP를 정상에 올려놓은 레오 아포테커는 전략가에 가깝다는 평이 많습니다. 그만큼 공통점보다는 전혀 다른 유형의 CEO이고 시각이나 분석, 해법도 많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지요. 어쨌든 마크 허드 시절 webOS를 인수하면서 HP가 만드는 모든 소비재 제품에 접목할 계획을 공개한 만큼 이번 발표는 그때의 것을 모두 뒤집는 결정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webOS 장치 제조를 포기하면?

HP가 webOS를 인수하면서 모바일 부문의 장치를 만들겠다고 했고, 팜 스마트폰과 터치패드를 내놨습니다. 하지만 webOS 장치의 판매량이 부진하자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고 한 것인데, 솔직히 제품 내놓은 지 한 분기를 보낸 결과만으로 장치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해 보입니다. HP에서 webOS 사업부에 최후 통첩이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장치를 만들지 않아도 webOS 인수 후에 4천 개에 이르는 특허를 획득한 터라 큰 손해를 본 것은 아니겠지요. 다만 본의는 아니었더라도 특허만 먹었다는 비난은 면키 어렵겠습니다만..

앞으로 webOS는?

webOS는 아포테커 CEO가 밝힌 대로 webOS의 하드웨어 파트너를 찾는 것에 돌입할 겁니다. 라이센스를 부여해 제조사가 webOS 하드웨어를 만들도록 한다는 것이죠. 일단 시기적으로 좋은 때입니다. 아포테커 CEO가 6월에 파트너를 찾는다고 할 때와 달리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로 인해 안드로이드 병행 전략을 펼칠 기업들에게는 webOS는 또 하나의 선택지인 셈이니까요. GPL 라이센스 아래 소스코드는 공개되어 있으니 군침이 돌만 합니다. 하지만 HP가 webOS에 대한 투자를 얼마나 할지도 미지수고, iOS와 안드로이드, 윈도폰7과 얼마나 다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지 설명이 빠졌습니다. 이러한 설명 없이는 솔직히 webOS의 미래는 불투명하다고 밖에 말할 것이 없을 듯 합니다.

이번 발언의 피해자는?

사실 아포테커의 발언은 HP의 현실적인 문제들에 관한 것이지만, 그래도 가장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은 PC 사업부입니다. CEO가 분사 또는 매각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획만 먼저 내놓는 바람에 미래가 불투명한 기업의 제품을 사지 않으려는 소비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니까요.

또한 HP가 PC 사업에 더 이상 주력하지 않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에 곧 PC 관련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포테커 CEO도 상당히 노련한 경영인이 아닌가 싶은데,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을 너무 생각없이 내뱉은 것은 실수가 아닌가 싶은데요. 소비재 제품 쪽을 맡아본 적이 없어서 그러시나요?

어쨌거나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분야에 집중하면서 적보다는 아군을 많이 만들겠다는 HP 전략이 통할지 두고 보고 싶은데 미래가 너무 불투명 하네요. 그렇게 시끄러웠던 오늘 새벽이었지만, 아침엔 안개가 너무 자욱하더군요. HP의 안개는 언제쯤 걷히게 될런지...

덧붙임 #

1. 옆에 있는 HP 노트북을 리뷰해야 말아야 하나 고민이군요.

2. 얼마 전에 샀던 HP 터치패드. 덕분에 레어템이 되었구나. 축! ^^

3. webOS 자체는 훌륭합니다. HP가 하드웨어를 못 만들었을 뿐이죠. 네, 앱도 많이 없구요~

4. 이미지&프린팅 그룹도 어떻게 잘라낼지 고민하고 계시는 건 아니시죠? 아포테커 CEO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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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칫솔(chitsol)입니다. 지난 2006년부터 PC와 업계 안팎의 이야기를 나름의 시각으로 풀어냈던 '초이의 IT 휴게실'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플레이피씨의 블로그 칼럼니스트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플레이피씨라는 PC 전문 블로그 미디어에 맞게 보다 전문적으로 편안한 읽을 거리를 전하는 이야기꾼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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