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별 CPU 구매, 그것이 문제로다!
2009/09/28 07:41
칼럼/늑돌이의 모바일 정글
하지만 지금까지 PC를 고르는데 있어서 변함없이 중심을 차지했던 요소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CPU'죠.
CPU는 'Central Processing Unit'을 줄인 것으로 '중앙처리장치'라고 말할 수 있는데, 요즘은 그냥 '프로세서'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가 쓰는 PC가 처리하는 작업의 대부분은 이 CPU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에 CPU가 어떤 존재이냐에 따라 PC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모습이 확 달라지고는 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PC에서도 CPU의 부담을 줄여가고자 하고 있지만 아직은 절대적으로 CPU가 떠맡아야 할 일이 많은 편이라 늘 고민스러웠던 것은 어떤 CPU를 쓴 PC를 고르느냐는 것이었죠. 8비트 PC를 쓰던 시절에는 그냥 소프트웨어와 주변기기가 풍부한 쪽으로 고르면 됐지만 수없이 많은 호환 기종들이 비슷한 제원으로 등장한 16비트 시절부터는 그것도 쉽지 않아졌습니다.
1990년대 초반 : 80386을 살까 말까, 그것이 문제로다
당시 늑돌이를 처음 고민하게 만든 것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이는 인텔에서 80386이라는 32비트 CPU를 내놓았을 때부터 생긴 일이긴 한데 당시에는 16비트를 지원하는 MS-DOS만 있던 시절인지라 OS/2나 윈도 NT, 제닉스(XENIX) 등 유닉스 기반 운영체제를 쓰기 전까지는 32비트의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기 힘들었습니다.
실제로 80386이 32비트 CPU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윈도 3.0이 대중에게 광범위하게 공급되기 시작하면서였으며 진정한 32비트 프로세서로서 활용은 윈도 95, 윈도 2000을 거쳐 NT 커널 기반의 윈도XP의 대중화 이후라고 봐야 할 듯 합니다.
그전까지 80386은 그저 속도 빠른 16비트 프로세서로 쓰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도스 익스텐더(DOS Extender)라는 이름으로 80386의 기능을 MS-DOS에서 활용하기 위한 기법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나왔던 아래아 한글 2.0~3.0 도스 버전이 그랬죠.
80386은 1985년 처음 등장하여 대중화되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이후 인텔 프로세서의 기본이 되어 아직도 그 기본 구조는 최신 프로세서에도 남아있습니다. 무려 2007년까지 생산되었으니 23년간이나 현역에서 뛴 셈인데, 우주개발에도 많이 쓰인 CPU입니다.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 펜티엄이냐 아니냐, 그것이 문제로다~
윈도 시리즈의 대성공과 함께 1990년대 중반이 되자 80386, 80486에 이어 인텔에서 펜티엄 프로세서가 등장합니다. 펜티엄 프로세서는 80386, 80486과 마찬가지로 32비트 CPU였지만 수퍼스칼라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엄청난 성능 개선을 이뤄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도 기존 프로세서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게 되었지요. 때마침 등장한 윈도 95와 펜티엄은 상호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큰 인기를 얻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죠. 이 글을 읽는 분들 인텔은 몰라도 대부분 펜티엄이라는 브랜드는 알고 계실 정도로 펜티엄 프로세서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지만 우후죽순 격으로 그 호환 프로세서가 잔뜩 등장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원조 격인 인텔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상황이었죠.
CPU의 클럭 주파수를 올리고 가격 전쟁을 벌이는 등 인텔과 호환 프로세서 업체들 사이에서 격전의 나날이 계속되었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인텔은 절대적인 승리자로 남았습니다. 2인자 격인 AMD 정도가 인텔을 조금이나마 견제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말입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 싱글코어냐 멀티코어냐, 그것이 문제로다~
CPU의 클럭을 올림으로써 PC의 성능이 올라간다는 믿음 아래 CPU 제조사는 열심히 클럭 주파수 올리기에 몰두합니다만, 3GHz 수준을 넘어가면서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맙니다. 클럭 주파수가 올라가는 것에 비해 성능 향상이 미비한 것 또한 문제였죠. 그래서 CPU 업체가 생각한 것이 바로 CPU를 여러개 만들어 하나의 칩으로 합치는 것입니다.
예전에도 여러 개의 CPU를 하나의 PC 안에 넣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는 서버 등 특정 부문에서만 활용되었죠. 여러 CPU를 넣은 PC를 쉽게 보기 어려운 데 CPU 안에 여러 개의 CPU를 넣은 멀티코어 CPU를 만드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도 1개의 CPU가 두 개 CPU 역할을 하는 멀티 코어 CPU는 2000년대 중반을 넘기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펜티엄을 잇는 인텔의 브랜드 가운데 코어 듀오는 듀얼 코어 기반의 뛰어난 성능으로 소비자를 매료시킨 덕에 AMD도 멀티코어 CPU 시장에 가세해 이제는 완전하게 대세로 자리잡았습니다.
멀티코어 CPU는 단순히 시스템의 연산 속도를 높여주는 쪽 보다는 한번에 어러개의 작업이 돌아가는 현대의 시스템 환경에 잘 어울립니다. 음악을 듣거나 동영상을 들으면서 한쪽에서는 다운로드를 받고 그래픽 툴을 사용하여 이미지를 편집하는 식으로 작업하는 이들에게는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부드럽게 돌아간다는 느낌을 갖게 되죠. 특히 근래에는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멀티코어 CPU에 어울리게 만들어져 나오기 때문에 멀티코어 CPU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특히 인텔의 경우는 가상의 멀티 코어로 작동하는 하이퍼쓰레딩 기술을 갖고 있어 멀티 코어용 어플리케이션에서 더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죠.
이런 경향을 반영하듯 새로 나온 코어 i5와 i7 프로세서는 무려 기본으로 4개의 코어를 가지고 나온 답니다. 인텔 스스로도 멀티코어가 이제는 미래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죠.
그래도 남은 고민 : 저전력, 아톰, 64비트, 가상화, 그것들이 문제로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할 때는 자동차가 기름을 많이 먹어도 별로 신경 안 씁니다. 그냥 속도 잘 나오고 운전하기 편하고 안전하면 최고죠. 하지만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면 다릅니다. 꼭 배기량이 높은 차보다는 나에게 맞는 수준의 배기량에 연비도 좋은 차를 찾게 됩니다. 소득이 올라가고 떨어지고와는 상관없이 가정의 두번째 차량을 구입하는 경우에도 되도록이면 필요에 알맞는 차를 구하게 되죠.
PC에도 비슷한 상황이 생겼습니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소득이 줄고, PC가 웬만큼 보급된 이후라 두번째 PC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저전력 프로세서들이죠.
이들은 데스크탑 프로세서에 비해 전력 소모가 적습니다. 노트북 등 배터리 사용이 필요한 휴대용 PC나 늘 켜고 있어야 하는 서버류, 특히 요즘처럼 PC가 다용도로 쓰이는 시대에는 가정을 위한 홈 서버에도 적합합니다. 요즘 나오는 울트라씬 노트북 또한 이러한 저전력 CPU가 활약하는 분야입니다. 문제는 같은 성능인 경우 가격은 더 비싸다는 것이죠. 제작 방식이 더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전력하면 빼놓을 수 없는게 바로 인텔의 아톰 프로세서입 니다. 이 제품은 성능보다는 저가격과 저전력을 목표로 만들어진 CPU입니다. 넷북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저가형 미니노트북들에 장착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덕분에 쓸만한 성능의 노트북과 저성능에 낮은 가격의 넷북 사이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고민하게 만든 범인이기도 하죠.
또 한가지 생각할만한 점은 64비트 지원 여부입 니다. 32비트 프로세서는 메모리를 4GB까지 밖에 지원하지 않는데 이제 그 한계가 얼마 안 남았거든요.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프로세서는 32비트면서 64비트 모드도 지원하니 별로 갈등할 필요는 없는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윈도7 안에 내장된 가상 윈도XP 모드를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프로세서 안에 가상화(Virtualization) 기술이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기왕 프로세서를 고르려면 이 기술이 있는 제품을 골라야 하겠죠.
그래요, 이처럼 앞으로도 제 고민은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컴퓨터를 좋아하는 저로써는 이런 고민은 숙명이겠죠? 여러분도 컴퓨터와 친하게 지내고 싶으시면 함께 고민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