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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텔(WINTEL)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대표 운영체제인 윈도(Windows)와 개인용 PC에 쓰는 프로세서를 장악하고 있는 인텔(Intel)을 합쳐서 만쳐서 만든 아주 오래된 합성어입니다. 기업의 이름이 아니라 PC 시장을 지배하는 두 기업을 가리키는 상징적인 용어로 자주 등장하곤 했지요. 최근까지도 윈텔은 여러 매체에 단골 이야깃거리로 쓰일 정도로 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PC 시장의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했던 경이로운 용어였던 것이 지금은 조롱거리로 전락한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

윈텔의 시작은 언제?

사실 윈텔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진 것은 정확하게 알려진바는 없습니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 PC 업계의 영향력을 발휘했던 1990년대에 만들어진 용어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마저도 확실하다고 말하긴 힘듭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1.0은 1985년에 출시되었지만, 당시 도스가 지배를 했던 시기였던데다 영향력을 발휘할만한 수준의 운영체제라고 말하기는 어려웠고, x86 진영에는 수많은 경쟁자가 있던 터여서 윈텔이란 용어가 나오기는 어려웠을 때였습니다.

아마 가장 유력한 때는 1990년에 출시된 윈도 3.0이 성공한 뒤 1992년에 출시했던 윈도 3.1 이후가 아닐까 싶습니다. 당시 MS는 사실상 인텔 아키텍처(IA)만 지원토록 했습니다. 이것이 윈도 95까지 이어지면서 32비트 PC 환경으로 옮겨가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윈도의 대성공으로 인텔 역시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윈도 3.1 출시 이후부터 윈도 98 출시 전까지 짧지만 강했던 윈도와 인텔 아키텍처의 동거는 두 기업이 PC 시장의 지배력을 확고하게 다지는 결정적인 한방으로 기억될 기간이었습니다.

말뿐인 동거

사실 짧은 기간 동안 두 기업이 협력한 결과가 좋아 윈텔이라 부르고 있는 것이지 실제로 윈텔 진영은 늘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비록 1990년대 말까지 서버 진영의 공략을 위해서 MS와 인텔은 협력 관계를 유지했지만, 특성이 다른 두 기업이 영원히 두 손을 맞잡을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인텔은 무어의 법칙에 따라 18개월 주기로 더 나은 성능의 프로세서를 내놓는 업체였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일정 기간에 상관 없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조직이었지요. 윈도 3.1과 윈도 95를 내놨던 기간을 제외하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텔 아키텍처만 전폭적으로 지원한 것은 사실상 없습니다.

1990년대 말부터 MS와 인텔의 이해 관계가 엇갈리는 일들이 들어났는데요. MS는 IA 또는 x86 외에 ARM을 비롯한 다른 프로세서에서 돌아가는 윈도 CE를 내놓았고 인텔은 MS 외에 유닉스 운영체제와 연동되도록 설계한 IA-64 프로세서들을 고가 시장에 풀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실 그 이전에도 인텔이 개발 중이던 원시 신호 처리기를 MS의 요구(보다는 압력)로 중단한 사례가 있었는데, 이것도 두 회사의 다른 시각을 드러낸 일이었지요.

이후 MS는 IA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하드웨어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고, 인텔 역시 MS만을 고집하지 않았습니다. AMD가 PC용 64비트 프로세서를 내놓자 윈도 XP 64비트 에디션을 즉각 내놓은 것과 반대로 인텔은 MS의 주적이었던 애플에 프로세서를 공급하는 한편으로 리눅스, 안드로이드, 미고 등 다양한 운영체제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점이 그러합니다. 과거 UMPC를 내놓을 때도 MS와 인텔이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에 관한 이야기는 'UMPC, 트집잡기'라는 글에서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윈텔은 지금도 존재할까?

지금 윈텔을 '윈도+x86 프로세서'가 장악한 PC 시장으로 매우 폭넓게 해석하고 있는 이들도 있고, 진짜 MS와 인텔의 관계로 좁혀서 보는 이들도 있지만, 존재 여부를 따지는 게 중요한 상황은 아닐 겁니다. 저는 좁은 관계로 봅니다만, 각자 따로 길을 걷고 있어도 PC 시장의 지배력을 보면 두 기업은 여전히 견고한 상태지요. 세계 곳곳에 널려있는 90% 이상의 PC가 윈도를 쓰고 있고 80%가 넘는 PC가 인텔 프로세서로 작동하고 있으니까요. PC만큼은 여전히 두 업체의 시장 지배력을 무시하긴 힘듭니다.

하지만 이것이 윈텔의 확고한 존재감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과거 윈도가 인텔 프로세서의 판매를 늘렸고, 또한 반대의 현상을 낳으면서 업계의 영향력을 발휘한 것이 윈텔입니다. 하지만 윈도 98 이후 새로운 운영체제가 프로세서의 판매율을 높이지 못했고, 새로운 프로세서 역시 운영체제의 확산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은 이미 PC 업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다만 이번 윈도 7과 코어 i7처럼 어느 정도 출시가 맞물리는 상황에서 PC 업계의 일시적인 마케팅 아이템으로 활용되는 일은 종종 있는데, 이는 윈텔이 더 이상 PC 업계의 이슈를 선도하는 이미지로서 남아 있지 않음을 뜻하는 것이죠.

그나마 PC 영역에서는 윈텔의 존재감이 남아 있지만, 이를 벗어나면 존재감이 거의 없습니다. 모바일이나 가전 분야에서 두 진영은 남남처럼 행동하고 있으니까요. 앞서 예를 들었던 UMPC의 공개 이후에도, 둘은 다른 시각을 드러냅니다. MS는 윈도폰 7에서 x86 프로세서의 지원을 완전히 배제했고, 이에 앞서 인텔 역시 차기 모바일 프로세서를 발표하면서 데스크탑용 윈도 운영체제는 쓸 수 없다고 밝혔지요. 눈에 보이지 않게 감정적 대립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 의지하지 않고 각자의 성공을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상황에서 PC 분야의 역사적 관계 외에 특별하면서도 긴밀한 관계는 더 이상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윈텔(Wintel).
한 때 PC 업계의 대명사로 통했던 이 말은 이제 가깝고도 어색한 관계를 뜻하는 말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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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칫솔(chitsol)입니다. 지난 2006년부터 PC와 업계 안팎의 이야기를 나름의 시각으로 풀어냈던 '초이의 IT 휴게실'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플레이피씨의 블로그 칼럼니스트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플레이피씨라는 PC 전문 블로그 미디어에 맞게 보다 전문적으로 편안한 읽을 거리를 전하는 이야기꾼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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