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콤은 태블릿의 대명사입니다. PC 그래픽용 태블릿 시장을 거의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는, 80% 이상의 점유율로 사실상 이 시장에서의 적수가 없다고 봐도 될 정도니 대명사라 칭해도 이상할 것이 없지요. 펜의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전자 유도 방식의 태블릿 기술 특허를 바탕으로 이처럼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만큼 태블릿 시장의 독점적인 기업이지만, 이들도 오래 전부터 고민은 많았습니다. 펜 태블릿 시장이 확대되지 않는다는 점이지요. 디자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가들에게 그 뛰어난 기술을 인정 받은 것과 다르게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의 사용성이 많지는 않았기 때문이지요. 인튜어스나 신티크 같은 프로페셔널 태블릿은 잘 알려진 반면 상대적으로 일반 소비자에 맞는 제품은 없었습니다. 결국 와콤이 소비자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소비자 브랜드를 만들게 되는 게 그것이 바로 뱀부입니다.

뱀부는 와콤의 기술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지만, 다소 작고 가벼운 형태로 만들고 값을 많이 내렸습니다. 물론 마우스보다는 비쌌지만, 그래도 소비자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돋보였던 모델이었지요. 1세대 뱀부가 단순히 종전의 펜 태블릿을 그대로 들고 나왔다면 2세대는 여기에 두 손가락을 이용한 멀티 터치 패드까지 더했는데, 지난 주 한국 와콤이 3세대 뱀부를 공식적으로 공개했습니다.

이번 3세대 뱀부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태블릿 자체에서 4개의 손가락까지 인식하는 점과 무선 기능이지요. 펜의 기능이야 크게 달라질 것은 없는 반면, 네 손가락을 이용하는 제스처 기능으로 좀더 편한 조작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윈도우에서 확대축소, 앞뒤 탐색 같은 몇몇 기능을 손가락 터치로 할 수 있습니다. 마치 애플 트랙패드와 비슷한 기능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각 제스처는 이용자가 직접 설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펜과 터치의 이용성을 늘리기 위해 무료 뱀부 앱을 공개했더군요. 게임이나 스케치, 악보 등 다양한 30여 가지 앱을 도크 안에 넣고 필요한 때 실행할 수 있는데, 덕분에 일반 이용자들도 펜을 좀더 쉽게 다루면서 익힐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PC용 에버 노트 프로그램에서도 잘 작동합니다.

그런데 멀티 터치는 좋은 반면 무선 기능은 욕심이 좀 지나친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그 실용성에 의문이 들었거든요. 무선 기능은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아도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태블릿을 다룰 수 있는 기능입니다. 이런 기능을 소개하기 위해 이날 발표회에서 무선 상태의 뱀부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지만, 그것이 기기 오작동으로 인해 깔끔하게 진행되지 못한 점에서 욕구의 과잉으로 비치더군요. 무선 그 자체가 욕구가 지나친 부분이 없잖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무선 기능은 5만 원이 조금 넘는 무선 키트를 따로 사야만 하고 배터리 시간도 너무 짧았던 탓이지요. 뱀부 펜, 뱀부, 뱀부 펀 등 3세대 펀 중에 뱀부와 뱀부 펀만 무선으로 쓸 수 있는 옵션이 있는 데, 무선 옵션을 포함하면 뱀부는 20만 원이 조금 넘고, 뱀부 펀은 30만 원 초반대로 넘어갑니다. 또한 1회 배터리 충전으로 쓸 수 있는 시간은 뱀부 펀이 10시간, 뱀부가 15시간으로 채 하루가 안되더군요. 충전을 잊으면 다음 날은 무선이 아닌 유선으로 써야만 하겠지요.

이번 3세대에 있어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무료 뱀부 앱과 제스쳐를 이용해 와콤 태블릿의 사용성을 늘린 점입니다. 이러한 사용성이 실생활에 즐거움을 주고 창조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에서 3세대 뱀부 브랜드 캠페인을 'be bamboo'로 정한 것일 텐데 깔끔하게 준비되지 못한 무선은 그 의미를 부각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무선이란 과잉 공급된 기능을 빼도, 3세대 뱀부는 즐길 거리가 충분한 태블릿일 겁니다. ^^

덧붙임 #

내년 하반기 윈도우8이 나오면 와콤 태블릿의 사용성은 더 늘어날 것 같더군요. 윈도우8을 제대로 쓰기 위한 멀티 터치 하드웨어로는 가장 이상적일 것이라고 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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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칫솔(chitsol)입니다. 지난 2006년부터 PC와 업계 안팎의 이야기를 나름의 시각으로 풀어냈던 '초이의 IT 휴게실'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플레이피씨의 블로그 칼럼니스트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플레이피씨라는 PC 전문 블로그 미디어에 맞게 보다 전문적으로 편안한 읽을 거리를 전하는 이야기꾼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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